올해 초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 기간은 10개월이다. 날짜를 정하고, 예식장과 신혼집을 알아보고, 하나씩 계약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그동안 자산 관리는 주로 먼 미래를 생각하며 해왔다. 당장 쓰지 않을 돈을 어떻게 굴릴지, 월급에서 얼마를 투자할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지를 고민했다. 그런데 결혼 준비는 조금 다른 종류의 목표였다. 언제쯤, 어디에, 얼마가 필요한지가 비교적 또렷하다. 막연히 자산을 늘리는 일과는 판단 기준이 달랐다.

그래서 ISA 적립을 중단하고 결혼 자금을 따로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외 정세와 시장을 보며 자산 구성도 조금 바꿨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라기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한 사람의 중간 점검에 가깝다.

10개월 안에 쓸 돈이 생겼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결혼과 관련해 쓸 돈을 투자 자산과 분리해서 보는 것이었다. 장기 투자를 위한 ISA 적립은 일단 멈췄다. 10개월 안에 필요한 돈까지 계속 투자 계좌로 넣는 건 지금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월세 보증금은 전월세 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 외의 돈은 결혼 자금으로 준비하고 있다. 예식, 신혼여행, 가전·가구처럼 몇 달 안에 지출할 항목을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금액도 크고, 시점도 제각각이었다. 하나의 큰 예산으로만 보면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다가도, 계약금과 잔금의 날짜를 나열해 두면 마음이 달라진다. 필요한 순간에 주식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해서 지출을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혼 자금은 매달 250만 원씩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지출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음 달부터는 월 200만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목표 금액을 빨리 채우는 것도 좋지만, 준비 기간 내내 생활이 너무 팍팍해지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이 정도가 지금 내가 계속할 수 있는 금액인 것 같다.

  • 결혼 준비 자금: 매달 200만 원씩 모으는, 10개월 안에 쓸 돈
  • 월세 보증금: 전월세 대출 활용
  • 장기 투자 자금: 당분간 추가 적립을 멈춘 ISA와 기존 투자 자산

숫자는 아직 계속 바뀌고 있다. 다만 이 구분을 해두니 투자 계좌의 등락을 볼 때와 결혼 예산을 확인할 때, 서로 다른 질문을 할 수 있게 됐다. 결혼 자금에는 수익률보다 확실성이 중요하고, 장기 투자 자금에는 시간을 두고 변동성을 견딜 여지가 있다.

원화 현금 일부는 달러 자산으로 옮겼다

정권이 교체된 뒤, 원화로 보유하던 자산의 약 40~50%를 달러와 미국 초단기국채, 예금으로 옮겼다. 정세의 방향이나 환율을 정확하게 맞히겠다는 판단은 아니다. 다만 국내 상황의 변화가 환율과 자산 가격에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화 자산에만 현금을 두는 것보다 통화를 나눠 두는 편이 내 마음에는 더 편했다.

미국 초단기국채와 예금은 수익률을 크게 기대하는 자산이라기보다, 당분간 기다릴 현금을 둘 곳으로 봤다. 물론 결혼 비용은 원화로 지출해야 하니, 필요한 자금까지 모두 달러로 바꾸지는 않았다. 가까운 시일 안에 쓸 돈은 원화로 확보하고, 그 밖의 현금 일부만 분산하는 쪽을 택했다.

국제 부채, 유가, 금리처럼 계속 움직이는 변수도 많았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확산되면서 유가가 크게 흔들린 일도 있었다. 이런 요인이 환율과 시장에 어떤 순서로, 얼마나 반영될지까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뉴스가 나올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바꾸지는 않으려고 한다. 정세가 불안할수록 확신 있는 전망처럼 들리는 이야기도 많아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래를 맞히는 일보다, 어떤 상황이 와도 결혼 준비와 일상을 크게 흔들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쉬움과 안도감은 같이 온다

올해 시장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AI 랠리에 제대로 탑승하지 못했다. 관련 종목과 지수가 오르는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일찍, 혹은 조금 더 크게 투자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아쉬움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흔들고 싶지는 않다. 지나간 랠리를 따라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맞는 선택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분명한 지출 계획이 생긴 지금은, 놓친 기회보다 남은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 중요하다.

BITO의 꾸준한 하락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내 계좌 기준으로는 약 50% 하락했고, 기대했던 월 분배금도 줄었다. BITO의 분배금은 고정 배당이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스왑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 등에 따라 매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높은 분배율만 보고 현금 흐름을 기대했던 판단도 다시 보게 됐다. ProShares도 월별 분배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고 금액이 변동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반대로 SCHD는 AI 랠리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의 충돌 등으로 시장이 흔들린 시기에도 꾸준히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Schwab의 성과 정보에 따르면 SCHD의 2026년 7월 기준 연초 대비 총수익률은 24.0%였다. 물론 이 상승을 전쟁이나 특정 뉴스 하나의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둘을 보며 어떤 자산이 더 좋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는 큰 등락을 견디며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이해하고 계속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다시 확인한 기준

이번에 자산을 정리하며 몇 가지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 가까운 시일 안에 쓸 돈은 변동성이 큰 자산에 두지 않는다.
  • 결혼 자금은 올해 말까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달 200만 원씩 확보한다.
  • 환율이나 정세를 맞히려 하기보다, 통화와 자산의 쏠림을 줄인다.
  • 투자 비중은 기대 수익률보다 내가 견딜 수 있는 하락폭으로 생각한다.

결혼 예산은 계약이 진행될수록 바뀔 수 있고, 생활비와 이사 비용도 실제로 살아봐야 알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에 정답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다. 매달 결혼 자금을 모으고, 지출과 남은 기간을 확인하면서 필요하면 금액을 다시 조절하려고 한다.

돈을 모으는 이유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예전에도 돈은 미래의 선택지를 늘려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결혼식 자체보다도, 그 이후에 둘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얼마나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더 큰 문제였다.

그래서 지금의 자산 관리는 공격적으로 불리는 선택과 보수적으로 불리는 선택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정해진 일정과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다시 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아직 결혼 준비는 진행 중이고, 시장도 정세도 계속 바뀔 것이다. 그래도 ISA 적립을 잠시 멈추고 결혼 자금을 따로 모으기로 한 결정, 원화 현금 일부를 분산한 결정은 지금의 내 상황에는 맞는 것 같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이 시기가 AI 랠리를 놓친 때나 BITO가 크게 빠진 때로만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둘의 생활을 생각하며 돈의 역할을 다시 배운 시기로 남으면 좋겠다.